당신의 웃음 포인트가 궁금해요
세 번의 [극장,빔]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작은 영화제나 상영회를 여는 건 저의 큰 소원이기도 했어요. 세 번의 상영회는 작은 공간에서 모두 한 스크린을 바라보는, 어둡고 소소한, 제가 그리던 그 모습들이었습니다.
영화제를 찾아다닌 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큰 영화제에서 작은 독립 영화제로, 상영회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영화제 탐험은 점점 작은 규모를 향한 것 같네요.
처음 독립 영화제에 갔을 때 적잖이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의 웃음 포인트에서, 눈물 포인트에서 새어 나오는 피식, 훌쩍 소리들. 자연스럽게 웃음을 터트리고 눈물을 숨기지 않는 관객들. 자고로 극장은 영화에만 집중하는 공간이어서, 누구의 감상도 방해하지 않도록 머릿속으로만 울고 웃고 하는 것이 극장 매너라고 생각했던 저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이 순간들이 제 발길을 작은 영화제로 이끈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크린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사람들의 피식, 훌쩍 소리는 점점 잦아졌고 어느새 저도 콧바람부터 훌쩍까지, 함께 울고 웃어가기 시작했어요. 극장이라는 건 한 영화와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영화와 여러 생각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걸 이해하기 시작한 것일지도요. 이제는 누군가와 같은 장면에서 같은 소리를 내었을 때,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관객이 되었습니다.
[극장, 빔] 역시 그런 상영회였습니다. 각자의 피식 포인트와 눈물 포인트가 자연스럽게 섞여드는 공간. 그 순간마다 저는 스크린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어느 점이 저 사람을 웃게 했을까? 어떤 게 내가 느끼지 못한 눈물 포인트일까? 내 친구는 어떤 것에 웃고 우는 사람일까?
쉽게 느껴질 때도,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작은 상영회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같은 생각도 다른 생각도 모두 자연스러운 곳. 저는 이제 그런 공간이 너무 좋아요.
[극장,빔]이 계속해서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너털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공간, 눈물을 흘리는 건너 자리 관객에게 휴지를 뽑아 전달할 수 있는 공간.
[극장, 빔]으로 큰돈을 벌거나 큰 스크린을 세우려는 욕심은 없어요. 작고 어두운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모여 소소한 감정들을 계속 나누고 싶습니다.
격주 목요일 밤, 모두모두 작은 상영회를 찾아주세요.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주세요.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리면 당신의 웃음 포인트가 어떤 것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크린을 한번 더 들여다볼게요.
[극장, 빔], 그냥 계속 하고 싶어요.
_스크린고스트 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