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씨의 골동수집 단상

램브란트는 명화를 모으는 데 가진 돈을 탕진하고 비참하게 죽음을맞이했다고 한다. 나는 왜 골동을 긴 시간동안 적지 않은 돈과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고 많은 양을 모아왔을까? 우리 집엔 모아놓은 골동의 양이 방마다 넘쳐나 놓을 곳이 없어 계단실까지 그득하다. 그종류도 다양해서 토기, 청자, 백자등 고도자기부터 민화를 비롯한고서화, 고가구, 석물, 청동기, 심지어 민간에서 하찮게 쓰이는 옹기, 떡살, 등잔, 연장, 물레, 바구니 등 민속품까지 온갖 골동은 거의망라된 듯 하고 이쯤 되면 골동수집에 중병이 든 듯 하다. 그러나 정작 아름다운 대상을 골동에서 구하고 오래된 것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은 거역할 수 없는 강한 유혹이다.

우리집 거실 맨 앞에 덩실히 떠있는 18세기 백자항아리를 보자.통상 달항아리는 17-18세기 경기도 광주 관요에서 생산된 높이33cm 이상되는 백자호를 말하는데 이것은 크기가 27cm로 달항아리에는 크기에서 못 미칠지 모르나 광주 금사리에서 만들어 유색과 형태는 웬만한 유명 박물관 달항아리에 빠지지 않는다. 한 오랜 골동수집가는 한척(30cm) 정도의 백자호를 그 이상의 큰 백자호보다 더 고급이라했다. 큰 항아리는 광에서 쓰던 것이고 한 척 정도의 항아리는 방 안에 놓던 것이라 그렇다 한다. 유색은 우리의 심성과 닮은 무던하고 편안한 무명의 하얀 색감을 닮았으나 아침에햇살을 받으면 눈 덮인 산야에 펼쳐진 반짝이는 설색을 띠기도 한다. 주둥이와 굽은 높지 않고 크기는 굽이 작아 전체적으로 구가 둥실 떠있는 듯 보이고 몸통은 높이보다 옆이 약간 길어 빵빵한 볼륨감으로 보는 눈을 크게 뜨게 한다. 자세는 둥그나 어딘지 모르게 느슨한 형태의 펑퍼짐한 느낌은 긴장을 풀고 편안함으로 다가온다.단순함에서 변형된 명확함, 어떤 색으로도 초월할 수 없는 공과 같은 관념적인 색, 어떠한 설명과 감탄사도 불필요한 청정함과 단호함이 이 백자에 담겨 있는 것이다.

오래된 물건들, 과거에 쓰임을 다하여 특별히 관심받지 못한 사물들, 그래서 골동이라 칭하는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세월이 만들어 놓은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뿜어내고 있다. 이런 골동의 매력은 나를 유혹하고 그래서 램브란트의 수집처럼 거창할 수는 없지만 나의 소박한 골동 수집은 아름다움을 찾아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수재 @excellent_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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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츠기(도자기 금수리) 여정

킨츠기는 깨지거나 떨어져나간 도자기를 천연 옻으로 접합하고 메꾸어 상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 순금분으로 마무리하는 일본 전통 도자기 수리 방법이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손끝으로 뭘 만들고,꾸미는 걸 좋아하여 여러가지를 배우고 익혔다. 꽃꽂이는 20대 어린 나이에 배워 남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고 도자기를 배워 손수 만든 도자기로 화기를 쓰곤 하였다. 또한 종이 접기를 배워 강사도 했으며 종이접기협회의 연구위원이 되어 십년이상을 활동하며 종이접기 전문가가 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남편이 골동수집 취미가 있어 골동 중에 깨지거나 수리된 고도자기를 많이 사들여 집에 가져왔는데 깨진 도자기를 보면안쓰럽고 눈속임으로 엉터리 수리한 도자기를 보면 화가 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수년 전 딸이 내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엄마가 킨즈키로 수리하면 잘 할 것 같다"며 인터넷을 뒤져 일본에서 정통으로 킨즈키를 배운 선생님을 찾아내어 수업료까지 내주고 배우기를재촉하여 킨츠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마침 코로나가 횡행하여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열심히 익히고작업에 몰두하여 수리하니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깨져 볼썽사나운도자기의 깨진 조각이 금으로 붙여지고 없어진 살점을 금으로 메꿔지니 마치 고도자기가 상처가 치유되고 생명이 거듭나는 듯 하고내가 깨어진 도자기 하나하나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아 킨츠기의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또한 킨츠기로 수리된 고도자에 쓰임을생각하여 꽃꽂이 화기로 사용하고 향꽂이 받침으로도 써보니 너무 아름다워 킨츠기 작업의 기쁨이 배가 되었다.

그러나 킨츠기 작업에서 얻는 보람과 기쁨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닌 듯 하다. 모든 작업이 천연 옻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몸에 옻이 올라 괴롭기도 하고 온도와 습도가 맞지 않으며 옻이 굳질 않아 작업시간이 하염없이 늦어져 기다리는 인내는 필수다.조금만 굳기 시간이 늦거나 빠르면 금분이 접착되지 않고 마감이 거칠어 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킨츠기 작업의 어려움을 딛고 손끝 하나하나 작업에 몰두하여 정성을 들이다 보면 어느새 깨어져 죽어 있던 도자기가 내손끝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아름답게 재탄생하는 기적에 희열을 느낀다.

지인들이 알음알음 내가 작업한 고도자기 킨츠기의 아름다움을 보고 깨진 도자기 수리를 의뢰하기도 하며 킨츠기를 배우고 싶다고 강의 의뢰도 들어온다.

그러나 해보면 해볼수록 킨츠기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걸깨닫는다. 일본에 킨츠기 최고 고수 장인에게 예술로 승화된 킨츠기의 정수를 배워보고 싶기도하다. 그리고 여기까지 킨츠기를 익혀몰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 일과 보람을 얻게 해준 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전해영 @seashadow_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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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는 방방이 만드느라 원고를 못썼네요.

저는 그림을 전공했죠. 작가가 될 줄 알았습니다.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림 그리기보다 디자인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강서구에서도 하는 프로젝트마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압도적으로 커다란데요. 이번 <방방>에서는 그림 그리기가 그리워 방방이들을 그리는작업을 주로 하고 싶었습니다. 디자인을 살짝 놓을 수있는 또 한명의 디자이너 지구를 만났거든요. 그런데소식지를 만들다보니 여기 저기 원고를 부탁하고 페이지 계획을 세우고 모자라면 글도 채워 넣는 디자인, 일러스트, 편집의 모~호~한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번에도 하나만 하는건 그른것 같아요. 그래도 이건 이것대로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러려고 <방방>이는 탄생했으니까요. 모쪼록 함께하신 분들도보시는 분들도 즐겁게 읽었으면 하는 <방방>입니다.

딸 박현주의 창간호 기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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